현재 빙(Bing)의 미국 검색시장 점유율은 8%선.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으론 좀 약한 듯한테 시애틀 본사의 분위기는 꽤 좋다고 한다. MS가 다른 업체들이 이미 선점한 검색엔진 시장에 이처럼 발 걸치려 애쓰는 의도는 뭘까. 과거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가는 관문은 'MS 윈도'였다. 지금은 구글이다. 검색시장의 지배력을 앞세워 구글은 우주 인터넷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미래 비전을 손수 창안하려 한다. 그 아성을 야후.MS.네이버 같은 국내외 경쟁사들이 호시탐탐 노린다. 갈수록 커지는 검색의 힘 그 원천을 알아보자.

#돈

시장점유율 1% 가치는 33억달러

'차차' 5800만 달러 '엔데카' '코스믹스' 각각 5500만 달러 '라이크닷컴' 4800만 달러…. 3년 새 우리 돈으로 6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신생 검색엔진 회사들이다. 인도 출신의 사업가 C H 찬드라는 "세계 검색 시장은 구글.야후 같은 회사들이 강력하게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2006년 이래 등장한 9개 검색엔진 회사는 평균 4000만 달러의 벤처자금을 유치했다"고 전했다. 찬드라 역시 2월 야우바(Yauba)라는 검색엔진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투자가 몰리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JP모건에 따르면 1998년만 해도 미미하던 글로벌 검색 시장 규모는 2011년 49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구글 65% 야후 15% 선이다. 우리나라에선 네이버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미디어그룹 블룸버그는 올 초 "글로벌 검색 시장 1% 점유율의 가치는 33억 달러"라고 추정했다. 검색 산업에는 광고 실적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보다 더 큰 잠재성이 있다는 뜻이다.


#권력

순위에 따라 오프라인 회사 흥망 결정

최근 3년간 생산된 정보량이 그 이전 역사 전체보다 더 많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정보가 넘칠수록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다. '검색되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점점 설득력을 얻어 간다. 당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웹사이트가 인기 검색 대상 10걸에 든다면? 복권 당첨이 부럽지 않을 게다. 그래서 생겨난 신조어가 '구글 댄스(Google Dance)'다. 구글 검색 순위에 따라 웃고 울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 그에 따라 춤추는 현실을 가리킨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나 다음.네이트 같은 포털에서 검색 결과를 결정하는 알고리즘 하나만 바뀌어도 어떤 회사는 인지도가 확 올라가고 어떤 회사는 낙담한다.

검색업체의 더 큰 힘은 사용자의 '인터넷 항해' 기록 자체에서 나온다. '웹 2.0'의 개념을 창안한 존 바텔 페더레이티드미디어 회장은 검색을 거대한 '의도의 데이터베이스(Database of Intention)'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매일 검색창에 자신의 기호와 욕망.현실.희망.두려움 등이 투영된 '의도(검색어)'를 입력한다. 게다가 10년 안에 인터넷은 TV.자동차.가전제품.공공시설 등 칩 내장이 가능한 모든 대상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렇듯 방대한 검색 기록과 이동경로를 손금 보듯이 함으로써 검색 업체들은 웹을 활용한 온갖 돈벌이 수단을 찾아낼 것이다. 요컨대 검색은 이동경로를 낳고 이동경로는 수익을 낳는다.

검색은 현대 산업의 패러다임까지 바꿨다. 이제 기업 광고와 마케팅은 인터넷에서 '누가 몇 번 클릭했는지'를 금과옥조로 여기게 됐다. 음악.영상.뉴스.부동산.쇼핑 산업이 뿌리부터 변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앞으로 사용자의 물리적 위치에 가장 유용한 정보를 자동으로 찾아 주는 지역 검색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검색엔진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미래

똑똑해져 … 인공지능 곧 등장

"10년 뒤 검색엔진은 인공지능과 비슷해진다. 사용자의 지리적 위치와 검색어의 사회적 맥락을 파악해 인류의 삶을 바꿀 것이다." 지난해 10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래 검색엔진은 인터넷 기능이 내장된 각종 기기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점점 더 똑똑해질 것이다.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생체 인공지능 컴퓨터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발달한 검색엔진은 인류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안락하고 예측 가능한 삶을 제공할 것이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 자주 가는 장소와 친한 친구 등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형태의 전달 매체(미디어)로 검색 결과를 보여 준다. 시각 자료를 사진처럼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찾아 보여 주는 최고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고도로 발달한 검색엔진이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지적은 이미 곳곳에서 현실로 드러난다.

미국의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 니컬러스 카는 저서 '빅 스위치'에서 "인터넷은 문화의 질을 낮추고 중산층 붕괴를 가속화하며 사생활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쁜 정부'가 등장해 고도로 발달한 검색엔진을 감시와 통제의 도구로 활용할 경우 그 해악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이나리 기자

중앙일보